재밌는 글 읽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 워크숍 가기 전까지 좀 더 곱씹으면서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1.자기-디자인과 자기-육체화

알렉상드로 코제브의 말을 믿는다면, 예술 작품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야말로 인간의 모든 욕망 가운데 가장 인간적인 것입니다.

세속화된 시대에는 사회가 신을 대체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사회와 윤리적 관계를 맺는 대신 에로틱한 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갑자기 인간의 주체성을 나타내는 유일한 표현이 되었습니다.

인간이 예술작품이 되고자 하는 것, 그리고 동시대의 나르시서스, 자기-디자인에 관한 내용이 흥미로웠습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요즘 대두되는 '퍼스널 브랜딩'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한 개인의 특별한 능력같은 것들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도래한 이유도 어쩌면 신을 사회가 대체한, 인간의 인위적인 욕구가 발휘되기 좋은 시기가 되었기 때문이 아닌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번 워크숍 때 잠깐 이야기 나왔던 작가들이 증가하는 이유랑도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했고, 개개인을 특별하게 여기는 양육 방식에 대한 이야기도 떠올랐습니다.

이것과 연결되는 대목은

그러나 우리는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 그들의 회고와 그들에 대한 기억, 전시회 기록 문서, 그들의 정치적 입장, 러브 스토리도 가지고 있죠.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이미지로 받아들입니다.

브랜딩은 가지고 있는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학부 때 교양으로 들었던 미디어와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야기들을 생각해보아도 연결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유퀴즈같은 프로그램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도 이와 같지 않을까 싶었어요. 사람들이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더라도 더 관심을 갖는 건 결국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사람들, 비극을 경험한 사람들 인 것 같습니다. 물론 텍스트에서는 '범죄' 나 '어그로' 같은 느낌으로 좀 더 강렬했지만, 거기서 조금 완화시켜보면 이런 저런 이야기 할 게 많아 보였습니다. (백종원 같은 사람이 대패삼겹살을 발명하게 된 것도 어쩌면 삼겹살계의 혁명..? 그리고 사람들은 그가 '어떻게 이것을 발견했는가' 에 대한 스토리를 좋아해주는 것 같아요. 예시가 잘 생각이 안나서 뜬금없이 삼겹살,.)

누군가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훔친다면, 그것은 범죄이지만 동기가 분명하기에 흥미로운 범죄가 아닙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유가 불분명한 설명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을 때입니다.

물론 좀 더 예술의 영역(?) 으로 들고 들어오면 주목 받는 예술가는 이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요. 세상이 흘러가는 대로 냅두지 말고 계속해서 의문을 제기하라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저는 읽으면서 상업예술을 작업의 온전한 목표로 삼지 않고 있는 예술가들을 떠올렸어요(두개를 명확히 구분지을 수는 없겠지만!!). 사회에서는 예술을 무용하다고 여길지 모르는데, 예술가들은 끊임없이 그 무용한 행위를 하면서 무언가를 만드는 데에 물질적으로 그리고 비물질적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잖아요. 이 행위 자체가 저는 '이유가 불분명한 설명할 수 없는 범죄' 와 비슷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이전에 한나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에서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이 노동-유희의 범주에 대한 이야기 였는데,

"-이 이론들로 인해 예술가의 '작업'조차 사라지게 되었다. 작업은 유희로 분해되고 그 세계적 의미를 상실한다. 노동사회에서 예술가의 유희는 테니스나 취미생활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기능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된다."

사회가 노동을 유희의 반대로 정의하면서 생계활동이 아닌 '예술'의 영역은 결국 '유희' 의 영역으로 치부하는 것에 대해 언급했던 부분인데, 이런 맥락에서 보면 예술가들이 예술활동을 진지한 노동으로 임하고 있는 것은 사회가 규정하고 있는 것들에 이미 반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 이유가 굉장히 불분명하게 보일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2. 디지털 클라우드

사이버스페이스는 무한하지 않죠. 전화기, 모니터 등 장비의 수에는 한계가 있고, 사용자들이 요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하드웨어는 세계 속에 실재하는 사물인 우리의 몸에 의존하며, 기술, 경제에 의존하며, 그 모든 것에 돈을 지불할 우리의 능력에 기댑니다. 이 모든 것을 현실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는 순간, 클라우드 안에 있다는 황홀감은 사라지고 맙니다.

인류의 기원은 자연이 아니라 예술[기술]이 될 것입니다. 자기-디자인 활동은 처음부터 이러한 포스트휴먼, 트랜스휴먼적 조건을 위한 원형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자기-디자인이란 실제로는 인간의 내적, 심리적, 정치적 태도 혹은 경제적 이익을 외부 미디어에 다시 쓰는 것을 뜻합니다. 인간의 유기적 신체가 아닌 미디어에 말입니다. 자기-디자인은 잠재적으로는 자연적 신체를 대체하고 생존할 수 있는 두 번째 인공 신체를 만들어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실존에 대한 불안감을 생각해 보았어요. 아주아주아주 먼 옛날에도 실존의 불안이 있었지만 요즈음은 디지털의 형태로 그 불안이 발산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불멸에 대한 어떤 .. 이상이나 갈망이 디지털의 형태로 반영되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앞으로의 미래에는 이런 불안과 갈망들이 어떤 형태로 변하게 될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불안과 갈망이 표출되는 디지털도 결국은 유한하기에 다시 불안하고, 그래서 결국 예술가들은 또 무언갈 만들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무언가 창작하는 일은 결국 실존과 밀접한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인공 신체에 관한 이야기에서 김초엽 작가의 소설이 떠올랐습니다. 관내분실이라는 sf 단편인데, 여기서는 사람이 죽으면 마인드를 저장합니다. 그러니까 죽은 사람의 뇌를 스캔해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데이터화시켜서 저장하는 거에요. 그러면 죽어서도 홀로그램같이 존재할 수 있게 되는데, 유족들은 그 홀로그램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그 홀로그램은 죽은 사람의 외모와 행동, 말투 모든 것을 닮습니다. (이 텍스트에서는 물론 자기-디자인을 거친 인공 신체를 이야기 하지만 비슷한 사회적 맥락이 있지 않나 싶었어요.)

요즘 유행하는 부캐에 대한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sns 특히 유튜브 채널을 여러개 만들어서 여러개의 세계관 속 다양한 캐릭터로 존재하는 사람들 두번 째 인공 신체로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beatsbits

와 넘 요목조목 정리를 잘하셔서 읽는 내내 끄덕끄덕,, 한마디 붙이자면 무용한 걸 하면서 자본주의에 포섭되지 않는게 예술이고 예술가지->그런 가치관을 추구하고 작업을 하는 것은 순응하는 태도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곤해요ㅋㅋ(대충 생각 그만할때 됐다는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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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minchung

예술의 영역을 유희의 영역으로 치부하는 것이 결국 fee의 문제로도 연결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 여러 번 언급됐지만 재미라는 답안은 일단 가슴 속에 품어두는 것으로..

이은
@heeminchung 떼어놓을 수 없는 fee의 문제.. 결국에 가치라는 것은 값이 매겨지기에 가치인 것일까요...!??! (자본에 순응하고 싶지 않으어...!!!!!고유한, 실존적 가치를 찾구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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