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여러가지 이야기할 주제가 많은 글이었습니다. 재밌는 글 읽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글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떠올랐지만, 그냥 문득 든 생각은, 본인의 작품을 글이나 말로 설명하려 할 때 명확하고 유려하게 잘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매번 발표하거나, 혹은 짧고 명료하게 작업을 설명해야될 때 굉장한 피로감을 느낍니다.. 수많은 사유의 경로를 마련하면서도 명료하게 설명이 가능할까요?
정말 많은 이미지..회화의 이미지들이 알고리즘에 따라 분류되고, 트랜드가 생기는 와중에, 이 글에서 말하는 것처럼 정말 형식주의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여러분들이 느끼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1) 이미지
이미지의 표피만 무조건적으로 인용하지 않기를 경계해야 합니다. 자칫하면 금세 휘발되어 버리는 단절을 야기할 수 있으니까요.
인플루언서는 체계 위에서 욕망의 이미지를 실어 나르는 이동 수단이라면, 작가는 징후로서 현실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차이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미지 주변을 감싸고 있는 가시화되지 않은 지점들을 드러내면서 이미 주어진 것들, 특정 이미지로 고정된 것들의 경계를 탈구축/재구축해야 하니까요.
밈들은 사실 실재의 껍데기적 증후일 뿐이어서, 이를 직접 인용하거나 그 특유의 어조를 묘사하는 것이 단순히 '셀럽'이 되기 위한 맥락 절단을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뒤쪽 내용과도 좀 이어진다.
적절한 배치 없이 자신이 차용한 혼성모방의 이미지만을 전면에 내세우는 작가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말하려는 것의 이차적 재현밖에 할 수 없는 것이겠죠.
역사적 효과가 사라진다면, 작품은 단지 순간적 감상의 대상, 인테리어, 굿즈가 되어버리는 것이잖아요?
요즈음 많이 하던 생각이었는데, 글로 정리가 되어있어서 신기했어요. 이 부분은 밑에 2)자본과 예술 파트와 연결되는 것처럼 보여요. 많은 미술이 사람들에게 사유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또 사람들은 미술을 더이상 사유의 대상으로 보지 않으려 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2) 자본과 예술
자본은 자연이에요.
지금은 그 내파와 외파 마저도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밖에 이루어질 수 없게 되었어요.
어쩌면 문제를 직면하지 않아도 되는, 가벼운 이미지 담론들만이 유통되는 것은 필연적 결과로도 보입니다.
자본은 피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자본은 자연이라는 말이 무섭네요ㅠㅠ 미술이 정말 예술로서 기능하기보다 자본을 이동케하는 장치(?) 같이 되는 것 같아 슬프기도 합니다.
3) 링크
예술이 그러한 '링크' 로서 기능해야 할까요? 예술은 감각과 사유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A와 B사이에는 수많은 사유의 경로가 마련되어야 해요. 예술이 혁명의 장치가 될 수 있는 것은, 절대 그것이 혁명적 메시지를 위한 수단이 되어서가 아니라 예술이 자신의 고유한 감각언어로 사유의 흐름을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부생 때 도움이 많이 되었던 수업에서 작업을 할 때 A는 B이다 식의 어법, 재현의 방식을 경계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가르침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며 작업하고 있어요. 미술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쉽게 링크로 이어져버린다면, 왜 그 방식으로 시각예술을 택해야 하는지도 조금 불분명해지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미술을 하는 이유는 각자 다양하겠지만요!
그러한 점에서 자신의 고유한 감각언어로 사유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부분이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예술은 유연하기에 혁명적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는 것 같아요.
4) 포스트 휴먼
포스트 휴먼(담론)이 단지 중립적이고 긍정적 형태의 변화와 가능성을 보여준다기보다는, 물질과 상호침투하는 권력이 우리의 감각에 침투한 징후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으로 보여주는 이미지들은 비슷비슷하고, 이전에 제가 몇번 유심히 본 그림과 비슷한 그림들이 자꾸만 뜨는데, 흥미로운 점은 그 이미지들이 결국 미술을 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노동(?)을 통해 생산해낸 각자의 이미지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동시대성 때문인건지 알고리즘을 통해 만들어진 포스트휴먼의(?) 이미지인건지 이제 헷갈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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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물질적 이미지_포스트모더니즘의 죽음_매체의 완벽한 탈출
매체의 완벽한 탈출만이 유효할 텐데, 이는 과연 어떠한 형식으로 제시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생기네요. 탈감각 미술은 과연 구조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일 수도 있겠군요.
분명 사운드 매체를 끌고 오는 것은 충분히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6)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에서_(미술..뭘까)
대중문화는 순수미술의 구조를 재생산하며 확장되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미술이 다층적 문화 허브로 역할하고자 강경한 목소리를 대부분 포기하였잖아요. 그저 대중문화의 어법을 답습할 뿐이죠.
미술이 이미지 너머의 많은 담론을 담아내는 역할을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형식주의가 다시금 거론되는 것 같기도 해요.
미술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궁극적인 의문들이 멜랑콜리로 향해버리게 된 와중에, 미술의 방향성이 다시 내파인 형식주의로 돌아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결국 예술을 지키는 것은 제도(어쩌면 매체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인 것 같습니다.
왠지 마이클 프리드가 생각남.
저 혹시 요번주 읽어야할 텍스트가 무엇일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