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생각한 내용들에 대해서 정리해 봤어요. 생각이 많이 진행되지 않은부분이나 방향성을 더 잡고 가야하는 부분이 있을텐데 이야기 나누면서 더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1.렌더 방식

찾아보니까 eevee 방식이 물리엔진 방식이라서 게임쪽으로 더 좋은 렌더방식인듯 하다. cycle이랑은 다른 프로세스인듯. 블렌더로 하다보면 eevee로 구현이 안되고 cycle방식을 써야만 가능한 표현들이 있어서 앞으로 cycle 방식의 렌더를 더 연구해보려한다. 별개로 cycle방식에서 좀더 깊이감이 생기는데, eevee방식은 좀더 가볍고 잘 돌아가는 데에 중점을 둔 렌더방식이라서 다양한 텍스처라던지 화면의 깊이감이 더 구현되는 쪽으로 더 파보고 싶다면 cycle을 선택하는게 맞는 듯 하다.


2. 작업 프로세스.

3d를 쓰고 있는데도 예전이랑 작업 진행방식은 비슷하다. 예전 프로세스에 쓰리디 방식이 추가된 느낌이다. 물론 각각의 프로세스에 할당하는 시간이 늘어나거나 줄어들었다. 쓰리디에서 물체의 표면을 구성할때, 이미지파일을 기반으로 표면을 구성하는 방식을 쓰고 있으므로 이전과 동일하게 이미지파일을 생산한다.

다만 이전에 일러스트를 통해서 작업할 때에는 물체의 전체적인 입체감을 드러내는 색깔의 구성이었다면, 지금은 유브이 맵핑된 물체의 단면을 생각하면서 이미지를 만든다. 그렇다보니 전체적인 색의 구성을 ‘짜는 이미지, 더 강조하고 싶은 단면의 이미지’를 따로 분리해서 짠다는 식이다. 이 이미지들을 만들때 쓰는 프로그램은 이전과 동일하게 일러스트프로그램이다.

또한 실제 존재하는 물체의 이미지값을 빌려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돌의 질감이나 높낮이값을 사람에 적용하는 방식을 취한다. 대체적으로 나는 상관없는 여러가지 이미지의 생김새나 속성을 떠올려 나가면서 작업을 구성해 나가는데, 이러한 방식은 대상의 생김새를 크게 뒤틀지 않으면서 내가 전달하고자 여러가지 느낌을 동시에 은유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색(rgb)값과, 점선면으로 이루어진 매쉬(mesh)이다. 쓰리디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물체는 속이 비어있다. mesh라는 사각형의 면이 이동하고 회전하며 이어붙여지면서 일종의 껍질이 대상을 만든다. 매쉬가 촘촘해지고 각각의 이미지값을 갖게 될수록 더욱 실제 존재하는 다양한 특성들(무게감, 거칠기, 부피감 등등..)을 표현하기 쉬워진다.

각각의 이미지값이라는 것은 이미지로 만들 수 있는 물체의 특성들을 말하는데, 단순히 표면에 색을 입히는 것(base color)부터 명암을 표현하는 값(nomalmap), 거칠기를 표현(roughness)하고, 높낮이를 구성하는 것(displacementmap)까지 매쉬에 rgb값을 부여하면 가능해진다. 다시말해 한표면에 복수의 rgb값을 가진 이미지을 적용할 수 있고, 그것이 대상의 다양한 속성으로 출력된다. 비록 결과적으로 rgb로 인식되는 것은 하나의 이미지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3. 느낌

쓰리디에서 물체를 구성하는 기본단위가 매쉬라는 점, 그리고 매쉬의 변화는 rgb값이 바탕이 된다는 점은 내가 쓰리디 구동방식이 익숙하게 느껴지는데 큰 역할을 했다. 내가 써왔던 일러스트 프로그램은 색을 칠하는 방식이 아니라 좌표값에 색을 지정하는 방식인데, 이 방식은 쓰리디에서 집합된 매쉬의 최소 단위가vertex이고 face로 확장되면서 색값을 분포하는 방식과 동일했다.

사실 결과물에서는 눈에 띄는 차이가 있지만, 내가 하는 일은 큰 변화가 없는 느낌이다. 다만 이미지를 어떻게 출력할 것인지 좀더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단일한 이미지에서 결과물이 탄생했다면 지금은 복수의 이미지에서 결과물이 탄생한다. 좀더 이미지를 생산하고 다룬다는 감각이 느껴진다.


4. 지금 구상하고 있는것, 여러가지 생각들.

사람을 그리기로 했지만, 전체적인 모티브는 이어가려는중이다. 사람외에도 동물이 등장할 수도 있고 일단 움직이는 생명체 위주로 작업하려고 한다. 동물이나 그와 얽힌 신화적이고 주술적인 모티브들을 엮어서 생각중이다. ‘변신’이라는 키워드를 생각하고 있는데, 동물의 무늬나 자연물들의 질감을 조합해서 대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구상단계부터 동물을 해야겠다하고 생각한 작업이 아닌데도 자꾸 그런것들이 나온다.

포트폴리오에서 언급하고 수업시간에 말했던 pre와의 연관성을 토픽으로 가져오고 싶은데 말이 잘 생각이안나서 작업을 더 해나가면서 정리해봐야겠다.



5. 화면비

이번에 여러가지 화면비와 깊이감에 대해서 생각해봤는데, 내가 추구하는것이 단일화면이면서 주제가 되는 대상이 명확하니 세로, 정사각형 비율의 화면비를 사용하려고한다. 깊이감도 다양하게 내고. 화면비를 생각할때 게임과 비교해서 생각해봤다. 3d의 다양한 요소들을 넣는 게임/상업씬과의 차별성을 생각하니 가로가 긴 비율을 다이내믹 두드러지니까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처리해야할 공간이 많아지니 넣어야할 텍스처도 많아져서 복잡해진다. 내 작업방식과 안맞다) 내가 회화로 작업을 표현하는 특성상 게임과 같은 다이내믹을 주지못하니까 엄청 무겁게(용량상내용상)텍스처를 주어서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다. 또 더 무거운 공간감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내용이 렌더방식의 설정과도 이어진다.


6. 회화로

디지털이미지를 회화로 옮길때 어떤 변화를 줄것인지 생각했다. 일단 예전처럼 모든곳을 열심히 그리는 방식은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힘이 들기도 하고. 내가 집중한 텍스처만 더 그리려고한다. 3d로 작업을 하다보면 중요하게 생각하는 매쉬부분에 많은 텍스처가 올라가는데, 그것을 회화에서는 그리는 시간, 노동량으로 치환하는 느낌이다. 에어브러쉬는 그리는 속도감이나 입자가 올라가는 시간에 따라서 다른 재질감을 갖게 만드는데 이런부분들이 텍스처의 변화로 느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하면 위에서 말했던 무거운 텍스처와, 공간감을 회화만의 텍스처 방식(실제세상에 인간이 그린다.)을 낼 수 있을것 같다.

그림의 구도나 전체적인 대상을 통일하여 확실한 모티브가 느껴질 수 있도록 한다. 명확한 컨셉을 쉽게 알 수 있게끔 하려고 한다. 예전에는 전시마다 특정한 컨셉이 두드러지는걸 기피하기도했고 요즘 전시하면서도 그런것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전시를 명확히 인식하게 하는데 명확한 컨셉을 전달하는게 중요하다고 느낀다.

soyun

아니 근데... 텍스처 많이 올릴거면 가벼운게 좋은 거 아닌가?? eevee 써야하는거 아닌가? 그냥 더 좋은 미감쓰면 되는걸 너무 고민하는것 같기두하고... 쓰면서 찾아야하는건지... -..-;;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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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호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3d개념들과 기존에 일러스트레이터프로그램을 사용(혹은 디지털드로잉)하시는 방식을 함께 적용시키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이해도가 높아지고계신 것 같기도하고.

다만, 이것은 그림/3d모델링/질감을 표현하기위한 기본수단이지. 그렇게 중요한 요건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합니다.

첫째로. 3d개념을 일반 큐레이터나 미술인들이 인식하기에 너무 어렵습니다. 러프니스맵이어쩌구~ 디스플레이스먼트맵이어쩌구~ 설명해줘도 잘 이해도 못하고.

사실 이것은 회화로 치환해서 생각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붓을 사용하는 방식. 물감을 사용하는 디테일한 방식에 대해 논해도 사실 같은 장르를 사용하는 작업자말고는 이해도가 떨어지는게 사실이지요. 하지만 미술은 안타깝게도 그런 모두를 설득해야하는 장르이기도하고.

그런 이해도가 없이도 좋은 작업은 여전히 좋기마련입니다.

반대로는 너무나도 기법이나. 기술에만 천착하는 것으로 흘러가실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술에만 천착한다 <- 라고 하기에도 문제가있지요. 3d는 모르는사람에게는 너무 어렵게 들리지만. 대충이라도 알고있는사람(저처럼)에게는 사실 모두가 알고있는 개념을 아주 얕게 쓰고있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TA(테크니컬아티스트)들처럼 아예 새로운 맵을 만들어내거나. 3d개념안에서 새로운 요소들을 추가하고 연구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힐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정도의 레벨로 올라가시면 전혀 다른 영역이 펼쳐지리라 저는 생각합니다)

둘째로. 그렇다면 그 표현수단을 왜 쓰는가? 왜 그렇게 그렸는가? 왜 그런기법을이나 원리를 이용하는가? 그걸 통해서 말하고자하는 바가 무엇인지.

가 사실은 작품에서 더 중요한 요소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소윤씨가 말씀하거나 늘어놓고있는 것들은. 은유가 될 수 있는 '요소들'처럼 느껴집니다. 비유거리가 될 수 있는 재료들을 만지작만지작하고 아 이런재료가 있구나. 이런재료가 있구나. 하고 느끼시는 것입니다. (물론 이 과정은 매우 좋은것이며, 매우 성실하게 잘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작업을 설명할 때는 비유의 재료들을 말할 뿐 아니라. '무엇을' 비유하는지 가 더 중요하겠죠?. 무엇을 말하고 싶은건가요. 무엇을 말하기위해 그런 재료들이 필요하신건가요?

그부분은 굉장히 뭉뚱그려 넘어가시는 경향이 있으신 것 같아서요.

만약 PRE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다면. 그것이 3d툴의 rgb맵들이 겹쳐지는 것을 통해 무엇을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어떻게 연결이 되는 것인지? 가 더 중요하겠죠.

이것을 연결짓지못한다면. 그냥 재미있는 3d툴 이야기~ 가 되버리고 말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것이 디지털3d로 만들어진이후에 다시 회화가 되어야하는지? 꼭 그과정을 거쳐야하는 지? 등의 이유가 가장 첫번째로 관객이 궁금한 것들이 되겠지요.

혹은. 나는 왜 텍스쳐에 집착하는가? 근데 그게 디지털로 되어있는 텍스쳐여도 상관이 없는가? 그것이 상관이없는데도 무겁게 텍스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텍스쳐의 물성들을 통하여 무엇이 느껴지게 하고싶은것인가?

가 관객들이 궁금해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도 싸이클렌더방식이 소윤씨가 말하는 방식과 어울리는 것 같다는 인상이 어렴풋이 있습니다. 하지만 왜?. 냐고 말해야한다면 좀 어설프게 답할 것 같기도하고. 정확하게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댓글에 적어주신 것처럼. 사실은 이렇게말하면 이이유가 되고. 저렇게말하면 저게 이유가 될 수도 있기도합니다. 혹자들은. 싸이클이든 이브든. 잘하면 그만....이라고 말하기도 하죠.

렌더러나 툴은. 그렇게 되버리기도 하니까요.

근데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기준으로 나는 잘한다고 말하는가?

'잘'하는 건 뭘까???? 가 더 중요할수도있겠고.

그것을 더 잘설명해주시는게 도움이 될 수도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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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yun

와 긴댓글 ..! -//-b 뭉뚱그려 넘어간다는게 정곡을 찌르는 것 같네요. 제가 설명하는 방식도 그렇고 제 그림의 내용도 그런느낌이라고 생각했어요. 뭔가 자신이 없어서 계속 생각을 말하는걸 미루는 것 같기도하고..

별개로 그림도 뭉뚱그리는 느낌이라는건 제가 속임수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 예를들어 제일 최근에 올린 작업물같은 경우도. 저 인간의 뒷면, 보여지지 않는 부분들은 거의 내버려두는데요. 쓰리디에서 입체를 다루고 있는데도 제가 원하는 장면만 만들어요. 제가 다루는 텍스처들도 그렇구요. 2d에서 만들고 3d에서 구현한다고 해서 3d가 되는게 아니라는 느낌. 제가 원하는 장면의 텍스처들을 만들고 그것들이 계속 중첩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전체적으로 모든면에 텍스처를 다 발라도 움직이게 되면 서로 이어지지 않고 끊기는 부분이 생겨요. 이런부분과 회화를 이어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형태에 대해서도 굉장히 뭉뚱그려서 표현하는데, 그걸 사실적인 텍스처가 가리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장식적인 요소를 넣고 싶다고 했던 것도. 보는 사람들의 주위를 분산시키는 느낌. 눈속임을 하는 느낌이에요. 어지러운게 좋기도하고, 뭘봐야할지 모르게만드는게 재밌거든요. 뭉뚱그려지면서 일부를 계속 묘사해서 점점 간극이 생기고 그걸 처리하는 것도 재밌구요. 뭔가 마녀가 마술부리듯, 주문의 이펙트를 넣는것처럼?.

뭔가 진짜에는 다가가지 않고 주변을 맴도는 느낌이 들기도 하구요. 사실 제가쓰는 텍스처들도 그렇죠. 노멀맵이나 디스플레이스먼트나... 진짜는 어디 두고 표면만 빌려와서 또 다른 물체에 붙어서 그런척 하잖아요. 잘알지 못하는 부분은 얼버부리고 잘하거나 익숙한거로 혼란을주는..?

잠깐 미술사조 이야기를 하자면 미술사조에서 레퍼런스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서 좀 생각했던게... 트롱프뢰유/ 초현실주의 이런것들인데. 트롱프뢰유에 관해서는 제가 색을 사용할때, 뭉뚱그려지면서도 사실적인 감각으로 열심히 그린다. 현실에 대한 모호한 감각과 속임수. 현실과 가상, 그리고 3d에서 메쉬에 텍스처를 올리는 과정 이런 키워드를 연결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고. 초현실주의에 대해서는 현실에 대한 불만과 그에 대한 반향으로 말이안되는걸 그려내는 것, 서로다른걸 조합하여 뭔가를 만들어내는.. 이런부분을 생각해보려고 했어요.. 뭔가 동시대적으로 잘 풀어나가야겠지만요.

제가 예전에 가상과 현실을 오가면서 정착하지 못하고 둥둥떠다니는 느낌이든다, 20세기와 21세(세기말)를 지나온 감각으로 나는 지금 디스토피아적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좀다른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고싶다.(세기말의 긴장감과 희망)라는 이야기를 한적이 있는데요. 그런걸 초현실주의와 함께 풀어나가고 싶기도 하구요. 이런 불안함을 잠재울 수 있는 무언가로 PRE라는 감각과 이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구요. 그리고 눈속임이라는 것도. 뭉뚱그려진 진짜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들인데. 속성같은것? 그것이 반복되어지면서 분위기를 드러낸다면.. 그게 pre랑 이어지면 좋겠고, 자연의 요소를 텍스처로 사용하는것, 텍스처를 겹겹이 쌓아올리는것 제가 에어브러쉬를 쓰고 입자가 뭉쳐지면서 질감이 되는것. 그리고 그것들로부터 시간이 느껴지는것들이 원시적인? 공정과 비슷하게 느껴지면 좋겠어요. 디지털 적이면서 원시적인걸 동시에 느낄 수 있게요.

사이클 렌더방식에 대해서는 일단 빛을 잘 구현한다는 점이 좋았고. 그리고 사이클렌더의 질감이 또다른 텍스처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또다른 텍스처가 된다는 말보다는.. 얼마나 진짜처럼 보일지 조절할 수 있는 점이? 좋았어요. 빛을얼마나 잘 구현하느냐 노이즈를 얼마나 잘 처리하느냐를 조절할 수 있는데, 너무 잘 보여도 의심?거부감이 들잖아요. 그걸 조절해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고. 쌓인 텍스처들이 더 하나로 느껴져서 좋은것같고.. 그걸 조절할 수 있어서 좋은 것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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