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작가 리서치는 니콜라스 펠처를 해보려 합니다.

이 작가의 작품을 보고 요 몇주간 제게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가령 유학으로 미국의 학교만 찾아보다가 유럽권으로 시야를 넓히게 되었고, 따라서 토플에서 아이엘츠로 전향하게 되고(?) -> 독일어 학원을 끊게 되고(?) -> 유학원을 KHM를 포함한 곳으로 다시 알아보게 되는(?) 지난하고 혼란스러운 시기를 1-2주 안에 압축적으로 겪고 있습니다.

아래에 작품을 통해서 어떤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는지 간략하게 적어보도록 할게요.




Chapters of Remnant Doing, 2022

Video installation, HD, color, sound, 5:51 min, loop, dimensions variable

동일한 3D 애니메이션 영상이 서로 거리를 두고 마주보며 거울 반사하듯 재생됩니다. 전시 공간에서 이미지의 절반 정도만이 스크린에 맺히면서, 나머지 부분은 주변의 바닥과 벽으로 이지러져 비춰집니다. 3D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 손톱, 손, 이쑤시개, 쇠스랑, 육포 등 여러 사물이 각각의 장에서 새로운 빛깔로 등장합니다. 이들은 바람에 흔들리거나 무중력 공간에서 부유하는 등 가상으로 설정된 물리 법칙과 힘의 작용을 받아 움직입니다. 작가는 실존하는 사물을 고해상도로 3D 스캐닝하는 과정을 거쳐 3D 요소로 변환했습니다. 설치된 작품은 변화 일로에 있는 주체, 인간의 손, 도구 사이의 관계를 밝히고, 이것이 기술 발달에 호응하는 핵심 인터페이스라 가정합니다. 이렇게 디지털 사물에 공간적, 물질적 무게를 부여함으로써 이 작품은 디지털과 실재의 물리적 간극에 주목합니다.


이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그리드 아일랜드> 전시에서 보았고, 영상이 공간을 점유하는 동시에 분절하는 모습에 눈길이 갔던 작품이에요. 자세히 보니 렌즈베이스가 아닌 3D 스캐닝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구현된 영상이었고, 예상과 다른 미감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도 좋았구요. 특정한 사물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대신, 매체를 경유해서 하나의 은유처럼 기능하리만큼 조형적인 형상으로 드러낸 것이 개인적으로 연구해볼만한 실마리로 다가왔어요.

한편, 주제는 ‘인터페이스’, ‘디지털’, ‘실재’, ‘물리적 간극’ 등 정제된 언어로 설명이 되어있었는데, 이 대신 작가의 정제되지 않은 언어나 이전부터 형성해온 맥락들을 찾아보고 싶더라구요.




《니콜라스 펠처 – 인 리얼 월드(Nicolas Pelzer – In Real World)》에서 작가는 유리, 커튼 등을 사용하는데, 이는 경계를 설정하거나 우리의 시선을 가로막기도 하는 동시에 그러한 경계를 허물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매체는 그가 지속적으로 작업을 통해 다루어왔던 것으로, 이는 어떠한 실체(reality)에 다가가는 그만의 방식을 보여주는 매체이다. 유리나 커튼이 놓임으로 해서 그 공간에는 일종의 ‘경계’가 설정되고, 그로 인해 대상을 바라보거나 생각하는 과정에서 층(layer)이 형성된다. 예를 들어, 그 경계를 중심으로 서로의 시선이 오가기도 하며, 그 경계 너머의 무엇을 바라보거나 상상하는 시선이 생기기도 하며, 그것 자체가 하나의 프레임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시선과 의미의 층위를 발생시키는 것은 실제로 다양한 의미의 관계로 얽혀 있는 대상의 실체(reality)에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


이 작품은 2013년 아트선재센터에서 라운지프로젝트로 선보인 장소특정적 설치작품입니다. 물리적인 사물의 만듦새에 기인하여 ‘경계’, ‘layer’, ‘frame’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낸 것이 인상깊었어요. 그리고 이러한 상징 체계가 ‘reality’라는 주제를 향해간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고요.


"니콜라스 펠처(Nicolas Peltzer)는 조각, 설치, 3D 애니메이션, 디지털 프린트 등 여러 매체를 넘나들며 실제와 가상이 중층적으로 결합된 혼합현실을 창조해낸다. 그의 작업은 형식적으로 제한이 없으나 주제 면에서는 일관된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문혜진 <매개로 구현되는 혼합현실>중


위 글을 더 읽어보면 결국 니콜라스 펠처가 물리적/비물리적 어느 한 곳에 천착한 것이 아니라 혼합현실이라는 사이세계를 만들어냈음을 알 수 있었어요. 또 그의 초기작을 보면 Negative 개념에서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사진에서 작업을 시작한 저로써는 마치 필름 현상의 Positive-Negative와 같은 맥락에서 세계를 바라본 것 같기도 하고 재밌더라구요. 이 개념들을 물리적 공간에서 구현하는데 다시 비물리적인 주제를 향해 이 알레고리가 순환하고 있는 점도 그렇구요.


(빠른 마무리,, 사실 이거 쓰면서 스크린샷 넣다가 2번 날려먹었어요. ^^..) 끝으로,

니콜라스 펠처는 Data&Information 카테고리에서 Digital Humanities, Collaboration 서브젝트로 분류되고 있던 점도 눈여겨봤던 점이구요, 또 아래와 같은 학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1982년 독일 딘스라켄(Dinslaken)에서 태어난 니콜라스 펠처는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수학하였으며, 2011년 쾰른 미디어 아트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이력은 많이 업데이트가 되었는데, 신기한 점은 국내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어떤 계기일지(?)

이 작품과 이력을 찾다가 쾰른 미디어 아트 아카데미를 알게 되었고, Art 학과 내에서 실험영화, 사진, 비디오 아트/퍼포먼스 수업을 함께 들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걸 알고 너무 좋았더랬죠. 대부분 Film 또는 Art 양자택일 해야하는 상황이 많은데 저는 영화산업과 극영화에는 큰 관심이 없었거든요 물론 영화의 갈래는 그보다 다양하지만. 그리고 유학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다보니 '국내 대학원+레지던시'루트와 '해외 대학원 +(?)'을 비교하면서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어차피 어느하나 준비를 안할 수 없고, 당락이 나면 하나를 택하게 되겠죠. 무튼 근황과 관심사가 섞인 이번 리서치 였습니다.

총총.

차연서

저에게도 흥미로운 작가이고 리서치이네요. 감사합니다 ㅎㅎ

사진·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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